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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0 천국이 있다면 여길까 1









'먹는 다는 것'은 음식만이 아니라 분위기에도 해당한다
아무리 기네스를 잘 뽑는 집이라 해도 환하게 형광등 켜고 있으면 그 집에서는 술 마시고 싶지 않고
제아무리 백 점짜리 원두를 썼다 해도 내가 커피를 마시는지 담배를 마시는지 모를 카페로는 커피 마시러 안 간다
그런 점에 있어서 광장시장은 서울 바닥에서 음식과 사람 냄새를 동시에 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장소다
여기 와서 순대에 껍데기에 닭발에 빈대떡을 시켜놓고 앉으면
내가 사람을 이렇게 좋아했었나 싶게 껌 사달라 치근대는 할머니들도 좋고, 광대 분장하고 아코디언 연주하며 다니는 할아버지도 좋고, 옆에서 시끄럽게 막걸리 마시는 아저씨들도 좋다
바로 옆 사람과의 대화도 소리쳐서 해야하는 전쟁터 같은 소음이 싫지 않은 유일한 곳
잊을만 하면 자꾸 생각나서 근처에 자취라도 얻어 살고 싶을 정도로 중독성 있는 곳
사람들 북적대지 않게 나만 알고 싶은 곳이 아니라 방송 좀 더 타서 아무나 마구마구 왔으면 좋겠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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