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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04 힘 있는 詩 1

힘 있는 詩

PENSEE' 2010. 7. 4. 00:40

김수영의 '파밭가에서'는
내 책상머리에 붙은 포스트잇 글귀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있다.
언젠가 내가 힘들 때 정신적으로나마 나를 지탱해 주었던 힘 있는 시.
시도 얼마든지 힘 있고 현실적인 위로가 될 수 있다.  
앞으로도 나는 이 시에게 종종 신세를 져야 할 듯싶다.



김수영 <파밭가에서>

삶은 계란의 껍질이 벗겨지듯
묵은 사랑이 벗겨질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먼지 앉은 석경 너머로
너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묵은 사랑이 움직일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새벽에 준 조로의 물이
대낮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
젖어 있듯이
묵은 사랑이
뉘우치는 마음 한복판에 젖어 있을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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