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성향

PENSEE' 2010. 3. 20. 22:23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체크해 볼 수 있는 사이트
http://h21bbs.hani.co.kr/politicalcompass/
정확히 2008년 10월 29일에 테스트한 결과는,
시장 자유 -5.75
개인적 자유 -3.44 였는데 그 사이에 내 성향이 많이 바뀐 모양이다





시장 자유에 있어서 홍정욱, 개인적 자유에서는 달라이 라마와 비슷하다고 나왔다
홍정욱과 달라이라마의 조합이라니.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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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임영웅 연출
한명구(블라디미르)
박상종(에스트라공)
전국환(포조)
박윤석(럭키)
윤준호(소년)


놓치는 것 아닌가 싶어 의정부 예술의 회관까지 가서 봤는데 9월 8일부터는 서울서 다시 공연이란다
덕분에 의정부 부대찌개도 먹고, 좋긴 했지
같은 텍스트를 가지고 새로운 스펙트럼을 창조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 비추어 이번 공연은 사무엘 베케트의 기존 위트를 최대로 끌어내는데 있어서는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에스트라공이 백광호(<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이 타령하던 인물)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웃기되, 우습지는 말아야 할 경계선을 서커스 하듯 줄타기 하지 않았나 싶다)
럭키의 발성 역시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조금 달라 갑갑한 면이 없지 않았다
(정리되지 못한 단어들의 나열을 불처럼 내뱉는 장면은 좀 더 '콸콸콸' 하고 폭발하는 느낌을 상상했는데
'분출' 보다는 럭키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억눌림'의 심리에 더 중점을 두었다고 봐야할 것 같다.
물론 그 버전도 나름대로 근사했다)
나의 상상과 정확히 일치했던 것은 포조.
전국환씨의 발성은 아미타브 밧찬의 그것과도 견줄만하다
공연장이 작지 않은 규모였음에도 불구하고 객석은 그의 울림으로 가득찼다
다른 연출부가 재연하게 된다면 꼭 다시 보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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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PENSEE' 2010. 3. 20. 22:08



나는 아포리즘을 싫어했었다
누구나 다 알고 있을 법한 사실을 부유한 문장력으로 휘둘려 놓은 것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탈무드도 좋아하지 않았고 이 같은 맥락에서 자기계발서 같은 것은 책으로 생각하지도 않았었다고승덕 변호사 책이나 홍정욱 7막7장, 이런 거 감명 깊게 읽었다는 애들이랑은 말 섞기 싫었을 정도였으니까

고1 즈음 나는, 웃기지만 출가를 생각했을 정도로 불교에 빠진 적이 있었다
너무 심취해서 염주까지 사오고 했을 땐 하나님 믿는 아빠에게 혼나기도 하고 그랬었던 것 같다
당시 스님들의 책(예컨대 틱낫한 같은)을 많이 읽었는데
나는 그 책의 단어들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늦 봄 어느 바닷가의 아직 손 타지 않은 모래알처럼, 그 책의 낱말 하나 하나는 나에게 맑고 투명하게 다가왔다물론 그 문장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박성룡 시인이 '풀잎'이라는 단어에서 맹목적인 아름다움을 읽었듯이
나도 그 낱말들의 배열이 마냥 아름답고 고귀하고 청아한 것 같아서 좋았던 것 같다
아마 그 때 불교에 심취했던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지 싶다
이전에는 접해보지 못한 어떤 아름다움, 더 나아가 '뭔가 있어 보이는' 사실 자체에 매료되었을 뿐이었던 거다
그래서 나는 그 단어들을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단순한 그림 한 장'으로 모든 화두들을 마음에 각인했다
그러니 그 편협한 사고에 이제껏 갇혀있을 수 밖에 없던 거였다 

그러나 그 뒤로 나는 많이 변했다
어떤 책이 어떤 그림이, 또는 어떤 사진이 어떤 영화가 나를 변화시켰는지는 잘 모른다
그리고 그 변화가 이런 것이다 저런 것이다 하고 왈가왈부 설명 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는 다행히 그 낱말들을 낱말이 아닌 문장으로, 문장이 아닌 사유로, 사유가 아닌 無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있어 보이는 글들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고 진부한 자기계발서가 때로는 진리이며, 동시에 그 모두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니 글을 읽기가 수월해지고 오히려 포용력이 넓어졌다
왜냐면 어차피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므로 

지금 나는 오쇼 라즈니쉬를 읽고 있다
예전에 접했다면 내가 꽤 고민했을법한 인물이다
그의 글은 '있어 보이는 아름다움'과 '뻔한 말씀들'의 경계에 놓여있으니까.
하지만 이제 글을 두고 판단하려하지 않는다
그저 사심 없이 읽고, 과감하게 버리고, 동시에 오롯하게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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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PENSEE' 2010. 3. 20. 22:00


나는 어쩔 수 없이 책을 '사서' 봐야 하는 인간이다
한 권의 책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2주
(단, 문학의 경우는 하루만에 읽어 내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진득하게 한 권만 붙잡고 있을 성격이 아닌데다가
붙잡은 책은 텍스트 한 마디 마디를 정독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유로
도서관에서 몇 권씩 빌려 놓고는 싸그리 반납 기한을 넘겨 버리기가 일쑤다

해서 별 수 없이, 나는 책을 사야 한다
이전까지는 가장 최장 기간에 걸쳐 읽은 책이 단테의 <신곡>이었다
그런데 이 책이 그 기록을 넘겨 버렸다
나는 <구토>를 무려 2년 동안 읽었다
한 파트, 한 페이지 또는 한 어절
집요하게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나는 로캉탱이 되었고 그와 더불어 구토를 느꼈다
존재에 대한 회의를 불러 일으킬 정도여서 문득 괴로워진 적도 적지 않다
하루에 한 줄 가량을 읽어 나가며 겨우 그를 이해하려고 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장 괴로웠던 구절을 잠깐 소개해 본다
<나는 그 보다 더 오래 들여다 보았나보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원숭이 이하의 단계, 곧 식물계의 끝에 있으며 문어의 수준에 있다.>
로캉탱은 거울 속 자신에게서 원숭이도 아닌 식물 또는 연체 동물의 무엇을 느낀다
나는 문득 정지연 감독의 <봄에 피어나다>를 떠올렸다
자신의 몸에서 참을 수 없는 악취를 느끼며 먹는 것을 거부하던 한 여고생이
껍데기를 훌훌 벗어 던진 채 떨어지는 비를 함빡 맞고 나서야 비로소 미소 짓던 그 모습을.
식물적 욕구는 인간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선행 되어야 했던 그 '무엇'이었을 것이다
그 단계를 건너면 그 뒤는 무엇일까
거울 속의 최종적 존재자는 무엇일까
어쩌면 유기체도 아닌 어떤 것일지도 모른다
가령 큐비즘이 만들어 낸 인간 표상의 편린들처럼 그것은 기계 또는 사물로 존재 할는지도 모른다

나는 2년이라는 기간 동안 이 책을 부여 잡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어찌됐건, 확실한 것은 다시는 이 책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이래서 사르트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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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의 맛

구월의 이틀 2010. 3. 20. 21:54


숨이 트이다못해 터져버릴 것 같은 상쾌함을 가슴 그득히 안겨준 다원
초록색이 왜 '희망'을 상징하는가에 대해 글자 하나 없이 온몸으로 느껴버렸다
그리고 결코 잊을 수 없는 녹차 아이스크림과 쿠키의 맛
단언컨대 나뚜루니 하겐다즈니하는 나부랭이들은 저 아이스크림에 명함 한 장 못내밀것이다
아 보성 사람들은 참 좋겠다
구수한 사투리에 초록이 가득한 고요하니 넉넉한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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